깨어 있음

며칠만에 아침 햇살이 눈부십니다
우리네 삶이란 이것과 저것이 제각각으로 살아지는 것이 아니지요?
초목과 햇살은 이때를 맞아 서로 주고 받습니다
햇살은 따스함을 새싹은 자라남을
새싹은 보여짐을 되돌리고 하여 햇살은 빛으로의 의미를 더합니다
이런 말이 떠오릅니다
"우리는 우리가 우리라고 여기는 그것이 되고만다"
님의 오늘 글을 대하니 언젠가 아내에게 사주며 읽어보라 했던 틱낫한님의 그 책이 생각납니다
내면을 바라보게 유도하는 책들을 그저 대충 넘기는 습관이 있는 아내는 하여 한번도 신랑이 준 책을 끝까지 보지 않는 그녀가 아마도 이 책만큼은 전부 읽었을 거여요
"야, 이건 맘에 쏙 드네 이해하기도 좋고ㅎㅎㅎ"
님 인용하신 글귀중에 "온존재로 껴안는다"란 말이 이말을 생각나게 합니다

"나는 무엇입니까?"라는 방문객의 질문에
"당신은 의식과 의식의 모든 대상물에게 순수한 빛을 주는 깨어있음이다"라고 한 니사르가닷타 마하라지님의 대답이 떠오릅니다
뜨거운 포옹이란 겉모습으로 육체를 맞닿는 것도 아니요
내가 나라는 마음체로 맞닿는 것도 아니요
정히 말로 드러낼 수 없는 그것으로 함께함인데
우린 그것을 온존재로 만난다고 할 수도 있겠지요

요즘은 민들레꽃씨가 폴폴 날리는 때입니다
솜털처럼 꽃대에서 동그랗게 올린 꽃씨를 보고 있으면
빛이 전체적으로 그에게 임해있고
허공이 어디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꽃씨와 틈도 없이 맞닿아 있음을 눈치 챕니다
그러다가 어느때 인연의 바람이 불면 아아, 민들레 꽃씨는 여행을 떠납니다
바로 움직임이 되어 꽃씨 하늘을 납니다
바람이 어디 있을까?
온몸으로 꽃씨와 춤을 추누나!

사랑은 구분과 분리를 넘어서는 것이란 말은 얼마나 아름다운가요
민들레 꽃씨와 햇살과 바람과 텅 비어 있는 하늘은 맞닿아 있습니다
우리가 말이야 구분지어 이렇게 저렇게 부르고 있지만
이 모든 것이 분리없이 구분지어지고 있습니다
"이것이 있음으로 저것이 있고
이것이 없음으로 저것이 없네
이것이 생하므로 저것이 생하고
이것이 사라짐으로 저것이 사라지네"
쌍생쌍멸법은 붓다가 설한 한 말씀입니다
만나고 헤어짐이 쌍으로 드러나듯이
인연따라 방문한 이 홈에 마음 일어 생각이 놓여집니다
아무쪼록 늘 좋은 때 되시길 바랩니다
"일체유심조"라는 말도 있고
"태도가 사실"이라는 말도 이쁨니다
삶이란 흐름이니 언제나 님의 때 아름답고 행복하게 펼치시기를!

이    름 :	여여
날    짜 :	2003-04-21(:)
방    문 :	220
이 메 일 :	yag2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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